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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기회화의 푸른심층 들여다보기 -화가 도병훈 -

 

조광기는 그동안 유행에 따라 서양현대미술을 추종하는 풍토 속에서도 우직하게 옛 사상과 그림에서 새 길을 찾아왔다. 법고(法古)로 창신(創新)을 추구한 것이다.

법고와 창신은 실제로는 배리적 모순 관계이다. 그래서 옛 것을 법으로 삼는다면서 옛 것에 머물러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아주 드물게는 옛 것으로부터 새 길을 얻기도 한다. 이 길은 ‘반은 배우고 반은 버린다(學一半撇一半, 청대 ’정섭‘의 말)’는 태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실제로 겸재 정선의 그림이나 세잔의 그림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원효의 어법으로 말하자면 ‘개시개비(皆是皆非, 모두 옳지도 모두 아니지도 않은)’정신이다. 그러니 버린 부분은 온전히 스스로 채워야 하며, 그것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연다.

조광기의 이번 개인전 작품 중에는 이전 그림에 비해 주목할 만한 어떤 '결'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짙은 청색조의 폭포 그림 중 토왕성 폭포와 울산 바위 등을 짙은 청색과 흰색의 대비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두 그림은 회화의 섬세한 지층이 드러나는 고투의 과정이 보였고, 이 같은 오랜 회화적 도전 끝에서야 도달할 수 있는 접점으로 인해 어떤 맑음과 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울산 바위를 그린 부분의 하단 부분은 마치 생명주(비단)에다 묽은 아교를 바르고 담채를 올린 격조 높은 전통회화 특유의 담채를 연상케 하면서도 깊고 푸른 물속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이는 전통 수묵화의 주된 특성 중 하나인 선적, 필치적 특성, 즉 ‘필법’적 특성이 아니라 먹의 농담, 즉 ‘묵법’적 요소와 유사성을 드러낸다. 즉 무수한 담묵을 겹쳐 먹의 층을 쌓아 올리는 일종의 적묵법적 특질이다. 그런데도 먹과는 다른 재료와 작가 특유의 다른 호흡, 다른 기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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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기

Gwang-Gi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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