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그림을 즐기고 따뜻한 세상 만드는 게 목표”

[심층인터뷰]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순수예술은 순수함이 생명력이라 진리를 알았다. 화가협동조합에서 자신의 이익 등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퓨리티 경영’(Purity Business, 순수경영)을 했다. ▲ 앞서도 말했지만, 화가조합은 비영리조직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이 순수한 만큼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사욕이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화가조합이 미술계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대중이 예술을 삶 속으로 받아들여 삶의 질이 좋아지게 만드는 게 하나의 목적이라면 작가와 갤러리, 미술 단체들을 포함한 미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다. 경영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조합은 자문변호사와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100% 공개하고 있다. - 어떤 측면에서 화가들을 돕고 있나. ▲ 화가조합이 작가들을 위해 하는 일이 다양하다.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시, 작품 운송, 홍보, 판매 등 모든 작업을 화가조합 비용으로 대신해주고 있다. 월간지 ‘미술사랑’과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모든 매체를 통해서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미술 관련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작가 워크숍을 매년 하고 있고, 작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빛과 색과 풍광을 찾아 매년 3~4주씩 해외로 작품여행을 보내고 있다. - 작가들에게 어떤 곳들을 보여주고 싶은가. ▲ 어떤 면에서 나는 여행전문가다. 대략 세계의 70% 정도를 다녀왔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행지가 많다. 화가들은 여행을 다녀온 후 그림을 그리는데 빛이 달라지면 색이 달라지고 색이 달라지면 모양이 달라 보인다. 통념적인 그림을 그릴 게 아니라, 빛이 발하는 현상을 그리자는 게 취지다. 나라마다 고유의 빛이 다르다. 그동안 지중해의 섬들,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사하라사막 등을 다녀왔다. 올해는 남미 볼리비아와 페루 멕시코를 다녀올 예정이고, 2021년 내년에는 몽골과 러시아가 예정되어 있다. - 북유럽과 비교해 남유럽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 빛이 매우 풍부한데. ▲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은 빛이 아주 풍부하다. 그래서 피카소 등 세계적인 화가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 때문에 외국의 화가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고흐가 우울한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남프랑스의 햇살 밝은 아를르(Arles)로 간 것도 그런 이유고, 고갱이 빛을 쫓아 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간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작가들이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로 여행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작가들 모두 알고 있는 얘기다. 단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돈이 없어서 못 가기도 하지만, 돈이 있어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못가기도 한다. - 여행기획과 여행경비 조달은 어떻게 해왔나. ▲ 화가들의 세계여행 플랜은 내가 직접 짠다. 실행은 오지 탐험 전문여행사 ‘비단’에 맡겨서 한다. 문제는 돈이다. 처음에는 조합자금으로 작가들을 여행 보냈다. 여행을 다녀와서 그림을 그리고 여행작품전을 열어 작품을 팔아 여행경비를 회수했다. 그런데 자금 부담이 너무 크고, 작품을 팔지 못한 작가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업들에게 후원을 요청했고, 작품으로 보답했다. 이제 조합작가들은 여행경비 부담 없이 어디든 마음껏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초등학교에 그림을 기부하고 있다. ▲ 기업 후원을 받아 여행을 다녀오고 작품으로 보답을 하는 것도, 기부자들의 순수한 취지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갔다. 후원기업의 동의를 얻어 여행 뒤에 작품을 후원기업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소외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교실마다 그림을 걸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화가조합이 꿈꿔오던 일이지만 자금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기업들의 조건 없는 후원이 이어지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기업후원금이 작가들의 세계여행에 사용되고, 대신 작가들은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작품기증도 하고 학교를 찾아가 미술 지도도 해준다. 이것이 바로 적은 돈으로 큰일을 하는 선순환이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그림 기증은 그렇게 시작됐고, 교육부와 협의 과정에서 우선 대상 지역에 강원도가 선정되었다. 지난 5월 7일 강원도 및 강원도 교육청과 작품기증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3년간 강원도 읍, 면, 단위에 있는 30개 초등학교에 690점의 작품을 기증하고, 화가들이 학교를 방문해 미술교육을 한 뒤, 오는 11월 춘천국립박물관에서 학생작품과 화가작품으로 합동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 자본사회에서 자본화된 교육과 지식 위주, 점수와 경쟁 교육을 탈피한 예술을 통한 어린아이들 전인교육이 필요하지 않은가. ▲ 어릴 때부터 예술을 가까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어린이들에게 예술교육을 통해 예술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 공감 능력과 정서적 안정성을 길러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미술 시간이 없다. 앞으로는 우리 작가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그림 교육도 할 예정이다. 그림도 함께 그리지만, 무엇보다 그림을 즐기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교실마다 걸리게 될 그림들은 일반적인 그림이 아니다. 작가들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본 아름다운 풍광을 선택해서 그렸다. 작가들을 만나 그림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은 그 그림 속에서 미래와 미지의 세계에 대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 미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다. ▲ 그것이 나의 목적이다. 소외지역의 아이들도 꿈을 꾸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 꿈을 심어주기 위해 화가조합이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지금은 여력은 크지 않아 한꺼번에 다 못 하고 순차적으로 할 것인데, 어느 지역부터 하면 좋은지 조언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가 강원도부터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강원도 교육청을 연결해 주었고, 도 교육청이 지금 대상 초등학교를 선발하고 있다. 또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가 강원도로 그림을 싣고 오는 운송료 등 모든 비용을 대겠다고 했다. 학교가 많은 데다 오지의 학교까지 운송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강원도가 끝나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터인데 후원기업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학교에 그림을 걸어줄 수 있다. - 작가선발은 어떻게 하나. ▲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매번 전문가 10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서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모집공고를 내고 작가들이 가입신청을 하면 작가들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부터 한다. 홍길동을 작가1 이렇게 바꿔 심사위원들이 작가 배경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작품 포트폴리오만 받을 뿐 이력서는 아예 받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작품 한 가지를 통해 심사한다. 그림은 전공했는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경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런 것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자기 집에서 심사하여 결과만 제출할 뿐이다. - 심사과정은. ▲ 지원자는 2년 동안 4번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1차는 작품 포트폴리오만 보고 심사하는 ‘블라인드 리뷰’인데, 10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7명 이상이 좋다고 해야 통과가 된다. 이를 통과하면 작가의 작업실에서 현장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도 통과하면 초대전을 통해 공개심사를 받는다. 공개심사까지 통과하면 공모작가가 되어 2년간 한시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심사를 받는다. 이 기간에는 얼마나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가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어느 정도 하는지를 평가한다. 여기까지 모두 통과하면 소속작가가 되어 지속해서 지원을 받게 된다. - 우리 민족의 예술성은 어느 민족에게 뒤지지 않는다. K-POP과 한식, 영화 등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었다. 예술문화를 키우기 위한 정부와 예술 시민단체에 전할 말이 있다면. ▲ 우리 화가조합은 정부의 간섭도, 재정지원도 원하지 않는다. 자꾸 외부에 의지하면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돈을 받게 되면 간섭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본래 취지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쓸 수도 없고, 정부 지원에는 한계도 있다. 정부에 손 벌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생각은 정부가 예술인이나 예술단체를 직접 지원하기보다 예술소비자인 국민들이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과도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한 큰 틀과 방향만 잡아 주면 된다. 우리는 지원도 간섭도 받지 않고 우리 힘닿는 대로 갈 것이다. 자생력이 생겨야 오래 갈 수 있고, 진정한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

(끝)

출처 : 위클리서울(http://www.weeklyseou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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