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⑤ 우리는 가치로운 일을 위해 협동조합을 택했다


문화예술과 협동조합

뉴스에는 매일 같이 수십억의 재산을 가진 유명연예인과 예술가들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한달 수익 100만원도 되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술 시장도 마찬가지다. 작품 하나에 몇 천만원, 몇 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그리는 화가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창작활동에만 매진하는 화가는 드물다.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선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화가협동조합은 화가들이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작품활동에 전념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화가협동조합에서는 화가조합원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화가조합원의 생활비 등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작품판매 대리, 미술도구 공동구매, 작품전시회 등을 지원한다. 서울 서초구 지역에 화가조합원들을 위한 상설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하고 파격적인 지원만큼, 화가조합원이 되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야한다. 조합원 심사는 연 2회에 진행되며, 총 3차까지 이어지는 선발 절차를 거친다.

1차 심사는 블라인드 리뷰다. 한국화가협동조합의 화가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작품사진 10장을 메일로 발송해야한다. 작품사진은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없도록 익명으로 처리돼, 10명의 심사위원에게 전달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도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평가기준은 작품성과 작품의 발전가능성. 합격과 불합격 여부만 결정한다. 10명의 심사 위원 중 7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합격 판정을 내리면 1차 심사를 통과하게 된다.

2차 심사는 실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실제로 작품활동에 전념하는지 살핀다. 여기에서 작품의 수준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 성실도를 평가한다. 혹시 작품활동을 하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 역시 심사에서 탈락된다.

3차 심사는 한국화가협동조합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로 초대한 이들이 심사를 하며, 70% 이상의 합격판정이 있을 경우에 비로소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엄격한 절차가 진행되는만큼 현재 한국화가협동조합의 화가조합원은 14명에 불과하다.

물론 까다로운 심사는 높은 진입장벽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지원의 기회는 열려 있고 재도전도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엄격한 과정은 선발된 화가조합원들의 실력에 대해 신뢰를 가지는 중요한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한국화가협동조합의 화가조합원’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어진다.

화가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평소 그림에 관심은 많으나 그림을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화가협동조합의 화가조합원의 그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감사전을 열기도 한다. 화가뿐만 아니라 그림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함께 모여, 작품활동에 필요한 도구를 공동구매도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월간지 발간도 준비 중이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선 많은 비용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치에 동의하는 후원사들도 모집한다. 이 과정 속에는 이사장인 황의록 아주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의 역량과 경험이 묻어져있다. 황 이사장이 본인의 사재를 털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 체계를 만들었건만, 하필이면 ‘협동조합’ 법인을 선택했다. 화가와 소비자를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결정이란다.

협동조합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의 하이라이트는 가수 이랑의 수상 장면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아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 가수 이랑은 본인이 받은 트로피를 즉석에서 경매에 부친다. 트로피는 가수 이랑의 한달 방세였던 50만원에 팔려나간다.

객석에 있던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에게 즐거운 퍼포먼스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지만 보상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가수 이랑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가수 이랑의 노래를 듣고 즐기고 응원하는 이들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매월 회비를 납부하면서, 이랑의 작품활동과 생활을 지원한다. 그 대신 조합원은 조합원을 위한 콘서트를 저렴한 값에 즐기고 신규 앨범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런 협동조합이 꼭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일 필요는 없다. 앞서 소개했던 한국화가협동조합 역시 일반협동조합이지만 비영리사업을 주로 진행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필요 때문에만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적인 필요, 문화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 시대의 협동조합은 가장 협동조합적인 방식으로 소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황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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