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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노 개인전 <본지풍광 本地風光>

2019. 06. 07 - 06. 19  ㅣ  11:00 - 19:00 (연중무휴)  ㅣ  Gallery Coop  ㅣ  02 - 6489 - 8608

시꺼먼 매연과 소음 가득한 도로 한복판 위. 길을 걷다 나는 문득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들꽃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기 때문이다. 무채색의 도시에서 노랗게 얼굴을 든 작은 삶으로부터 나는 우연히,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피어 있었나. 모르겠다. 조심스러운 인생을 살아오다 때때로 마주치는 투박하고, 거칠고, 억센 존재들로부터 나는 이따금씩 너른 들판으로 옮겨진 듯한 해방감을 느끼고는 한다.

 

탁노의 그림을 바라보면, 나는 거친 파도 위의 서퍼 혹은 정글 속을 탐험하는 또 다른 존재가 된다. 툭 던져진 듯, 녹아내린 듯, 춤추며 그린 듯이 다양하게 기록된 그의 작품은 정제된 내 마음을 서서히 요동시킨다. 폭발적인 그의 작품을 살피며 궁극에 내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순수’라는 하얀색 단어다.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은 그의 붓놀림은 아기의 첫울음과 같은 삶에 대한 지독한 갈망, 혹은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늑대를 시작으로 야기(野氣)를 뿜어내는 생명들을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가 이번에는 자연으로 그 주제를 확장한다. 고독한 풍파를 견뎌낸 절벽과 끝없이 낙하하는 폭포, 사납게 날을 세운 소나무 등과 같이 거친 자연의 모습을 통해 각각의 존재가 지닌 본성과 야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의 눈과 마음을 통해 탄생한 자연의 모습은 단순한 풍경화로서의 객체가 아닌, 모든 존재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야성과 고유의 아름다움을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주체로서 임무를 띠게 된다.

 

그가 그린 자연으로부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의 작품 앞에서 서서, 꾹꾹 눌러왔던 투박하고 거친 내 날것의 감정들을 숨김없이 꺼내본다.

유영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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