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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진 개인전 <비움과 채움>

2019. 05. 24 - 06. 05  ㅣ  11:00 - 19:00 (연중무휴)  ㅣ  Gallery Coop  ㅣ  02 - 6489 - 8608

포근하다. 편안하다. 넉넉하다. 오관진 작가 작품의 첫인상이다. 선한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처음에는 빈손이지만 저마다의 형태와 크기로 자신을 갈고닦는다. 각자의 그릇은 다 다르기 때문에 남과 경쟁할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나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그렇다고 혼자만 잘 살라는 것이 아니다. 삶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작품 속 달항아리는 끊임없이 주변과 교감한다. 항아리에서 나온 매화 가지는 달을 향해 뻗어 나간다. 따뜻한 말과 사랑을 건네는 듯하다.

작품에서는 매화, 붓, 체리 등 다양한 매개체가 등장한다. 매화는 군자의 덕목을 나타낸다. 인간의 기본적 도리와 우직함으로 인생을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체리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체리는 서양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작고, 예쁜 것이 막사발 위에 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조화가 아름답다. 사발 위에 떠 있는 체리와 꽃송이. 이것을 담을 것인지, 비울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몫이다.

 

작가의 작품은 경계와 경계를 넘나든다. 정확히 말하면,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움과 채움, 회화와 조각, 동양과 서양, 대비되는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판넬에 한지로 바탕을 만들고 도자기 형상으로 한지를 도려낸다. 그 안에 직접 채취한 돌가루와 안료를 섞어 도자기를 빚어 넣는다. 수련하듯 크랙을 그려 넣고, 서양화의 조형 요소의 하나인 명암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다양한 기법들을 통해 조화롭고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삶은 비움과 채움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비워야 할까? 우리는 봄이 되면 정리를 시작한다. 필요 없는데도 꾸역꾸역 쟁여놓았던 것들을 버리고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가벼운 옷들을 꺼낸다. 이는 눈에 보이는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머릿속 자신을 어지럽혔던 생각들까지도 비워낸다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오관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묵은 것들을 비우고 따뜻함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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