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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철 / 최 우 2인전

2019. 02. 01 - 02. 13  ㅣ  Gallery Coop   l  11:00 - 19:00 (연중무휴)  ㅣ  02 - 6489 - 8608

<정의철>

먼저, 작가의 작품을 조심스레 한 번 만져보자. 분명 덩어리와 붓 터치가 생생하게 보이는데 느껴지지 않는다. 낯설다.

‘낯설게 보고 다르게 생각해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필름지 위에 이미 그려진 것을 검은색 물감으로 덮어 지워버리고, 물감을 뜯어 안을 보여준다. 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작가는 한 쪽 눈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이는 눈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이 궁금했다. 보이지 않는 눈, 보이지 않는 내면.. 얼굴에는 내면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 얼굴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맞춰 저마다 다른 것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바라본 낯익은 타인의 얼굴이 나에게는 당연한 그 사람의 본모습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모습으로 다가간다. 작품 속 뚜렷하지 않은 윤곽선,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 없는 얼굴은 정확하지 않아서 무엇도 될 수 있다.

자 이제, 작품 속 얼굴을 바라보자. 무엇을 느꼈는가. 내가 느낀 감정이 어느새 표정이 되어 같은 얼굴이 되어있진 않은가.

< 최 우 >

머릿속을 기계에게 잠식당했다.

머릿속에 또 다른 눈, 코, 입이 있다. 기계 부품으로 만들어진 눈, 코, 입은 편리라는 단어에 숨어 본체인 인간에게 지시를 내린다. 의식을 조종한다.

작가는 핸드폰이 고장 났던 경험을 떠올렸다. 손안에 작은 기계 하나 고장 났을 뿐인데 머릿속이 마비됨은 물론, 공허함까지 찾아왔다. 작가는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감정, 심리적 충동들을 부수고 밟고 찢었다. 작가의 감정처럼 해체된 기계부품들은 다시 조립되어 그림으로 시각화되었다.

 

인간의 머리와 기계의 머리의 차이가 무엇일까

기계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로 경우의 수를 따져서 확률적으로 최상의 정보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가져다준 정보들일 뿐이다. 결국 자기 복제에 불과하다.

인간은 직접 생각하고 경험한다. 때문에 정보를 습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계보다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순 없다. 그러나 직접 겪은 경험들은 본인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으로 재탄생된다.

예술은 최상과 최하가 없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기계에 잠식당했다는 공포와 위기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공감한다는 것, 감정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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